I. 서론: 연기금과 경영권 분쟁
A. 경영권 분쟁의 정의
경영권 분쟁(經營權 粉爭)이란 회사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지배 권한을 둘러싸고 주주 간 혹은 주주와 전문 경영인 간에 발생하는 일체의 갈등 상태를 의미한다.
경영권 분쟁은 통상적으로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통한 기존 경영진의 위법·부당한 업무 집행 자료 수집, 이사 직무집행 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 이사해임의 소, 형사고소 등 다양한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B. 국민연금(NPS) 개입의 중요성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 투자자로, 그 운용 자산 규모는 국내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C. 보고서의 목적 및 범위
본 보고서는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 놓인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거나 기타 전략적 투자 포지션을 취하는 결정 이면에 있는 역사적 배경과 논리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의 변화, 수탁자 책임 이행 노력 등을 살펴보고, 실제 사례를 통해 재무적 목표 달성, 지배구조 개선 추구, 그리고 공적 이익 고려 사이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경영권 분쟁의 빈도와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II. 국민연금: 투자 위임 및 기본 원칙
A. 핵심 목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목적과 원칙은 국민연금법 및 관련 규정에 명시되어 있으며, 여러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주요 원칙으로는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지속가능성, 그리고 운용 독립성이 있다.
이러한 기본 원칙들은 경영권 분쟁과 같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릴 때에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특히 '공공성의 원칙'은 순수한 수익 극대화 논리와 상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을 더욱 복합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
B. 지배구조 프레임워크
국민연금기금의 관리 및 운용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규율되며, 투자 정책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기금운용지침(투자정책서)을 통해 구체화된다.
C. 책임투자(ESG) 통합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하여 투자 대상과 관련된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 중 '공공성의 원칙'
또한, '운용 독립성의 원칙'
표 1: 국민연금 투자 원칙 및 목표
원칙 | 설명 |
---|---|
수익성 원칙 | 가입자, 특히 미래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하여 가능한 한 많은 수익을 추구한다. |
안정성 원칙 | 기금 자산의 안정적인 가치 유지를 도모하며, 과도한 위험을 회피한다. |
공공성 원칙 | 국민 경제 및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공적 연기금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다. |
유동성 원칙 | 연금 급여 지급 등 필요시 자금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한다. |
지속가능성 원칙 |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금의 재정 안정과 지속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
운용 독립성 원칙 | 외부의 부당한 간섭 없이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기금을 운용한다. |
이 표는 국민연금의 모든 투자 활동의 근간이 되는 핵심 명령을 명확히 제시하며, 경영권 분쟁과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고려해야 할 기본적인 요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III. 스튜어드십 코드와 수탁자 책임: 패러다임 전환
A.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과 핵심 원칙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30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공식적으로 의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 7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 기관투자자는 수탁자 책임 정책을 제정·공개해야 한다.
- 수탁자 책임 이행 과정에서의 이해상충 방지 정책을 마련·공개해야 한다.
-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 수탁자 책임 활동의 시기, 절차, 방법 관련 내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 의결권 행사 기준 등에 관한 정책을 제정·공개하고, 그에 따른 의결권 행사내역 및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
- 고객과 수익자에게 의결권 행사 및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 수탁자 책임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역량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은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 놓인 기업에 대해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소극적 투자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명분을 제공했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 주주활동의 일환으로, 필요한 경우 지분 매입을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고려할 유인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B.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및 적극적 주주활동 프레임워크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발맞춰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여 책임투자 및 주주권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하는 기업을 선정하여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치는데, 여기에는 배당정책 문제, 임원 보수 과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법령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거나 주주권익이 침해된 사안, 이사·감사위원 선임안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 의결권 행사 등이 포함된다.
C. 스튜어드십 이행을 위한 조직 구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및 수탁자 책임 활동은 체계적인 조직 구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자 책임 관련 주요 정책을 결정하며, 그 산하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기금의 책임투자 및 주주권 행사에 대한 주요 사항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수탁자 책임 가이드라인의 구체화
또한, '중점관리기업' 선정 기준과 같은 공식적인 관여 트리거의 설정
그러나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극적 관여를 장려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여론'이나 정치적 압력에 휘둘려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것이 오히려 기금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표 2: 국민연금의 관여와 관련된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 원칙
원칙 |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의 적용 가능성 |
---|---|
1.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 경영권 분쟁 발생 시 국민연금이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
2. 이해상충 방지 정책 마련·공개 | 분쟁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또는 외부의 이해상충 문제를 관리하고, 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기준이 된다. |
3. 투자대상회사 중장기 가치 제고를 위한 주기적 점검 | 분쟁 발생 이전부터 기업의 지배구조 및 경영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분쟁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대응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
4. 수탁자 책임 활동(관여) 시기·절차·방법 관련 내부지침 마련 | 경영권 분쟁 시 국민연금이 어떤 단계와 방식으로 기업과 소통하고, 주주권을 행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공한다. (예: 중점관리기업 선정 및 단계별 관여) |
5.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및 행사내역·사유 공개 |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책임성을 강화한다. |
6. 의결권 행사 및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 주기적 보고 | 국민연금의 경영권 분쟁 관련 활동 내역과 그 결과를 수익자(국민)에게 보고함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하고 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
7. 수탁자 책임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 | 복잡한 경영권 분쟁 사안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실행하기 위해 내부 전문 인력 양성 및 외부 전문가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
이 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함으로써 부여받은 구체적인 책무를 요약하며, 이후 논의될 국민연금의 실제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맥락을 제공한다.
IV. 경영권 분쟁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 투자 결정의 역사적 배경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 대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배경은 다양하며, 이는 기금의 기본 원칙, 시장 상황,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같은 제도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A. 장기적 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전략적 매수
1. 저평가된 기업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대한 투자
경영권 분쟁은 종종 기업의 내재된 문제점, 예를 들어 비효율적인 경영, 취약한 지배구조 등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저평가된 경우, 국민연금은 분쟁 해결 및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가 회복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주식 매입을 고려할 수 있다.
2. 적극적 지배구조 영향력 행사를 위한 지분 확보 (스튜어드십 기반)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은 투자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명분과 수단을 확보했다.
3. '경영참여' 목적 공시를 통한 적극적 개입 준비
국민연금은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나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할 수 있다.
B. 기회주의적 이익 실현 (직접적인 '매수' 이유는 아니나 전체 전략에 영향)
경영권 분쟁은 종종 인수합병(M&A) 가능성, 지분 경쟁 등으로 인해 해당 기업의 주가를 단기적으로 급등시키는 요인이 된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활용하여 보유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상당한 규모의 시세차익을 실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관련 공개매수 진행 시 주식을 장내 매도하여 150%에 달하는 차익을 얻거나
이는 국민연금이 항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 주주로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금 수익률 극대화라는 기본 원칙에 따라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실용적인 투자자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C. 기존 주주로서의 방어적 조치 (선택적 매수 또는 매도 보류 포함 가능성)
국민연금이 이미 상당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여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거나 중대한 경영 부실이 드러날 경우, 국민연금은 기존 투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는 주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제안 등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한진칼 사례
국민연금의 대응 방식에는 근본적인 이중성이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추구하는 '수탁자'로서 행동하며 (잠재적으로 영향력 확대를 위한 매수 포함), 다른 한편으로는 분쟁으로 인한 주가 변동성을 활용해 이익을 실현하는 실용적인 '거래자'로서의 면모도 보인다.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는 잠재적 수익률, 지배구조 문제의 심각성, 해당 기업의 전략적 중요성, 그리고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복합적인 판단에 달려있다.
'경영참여' 목적 공시
그러나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기업에 대한 투자나 관여를 결정할 때는 과거 삼성물산 합병 사례에서 겪었던 논란
V. 의사결정 과정 및 영향 요인
A. 내부 지배구조 및 주요 위원회
국민연금의 중요한 투자 결정, 특히 '경영참여' 목적 공시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영권 분쟁 관련 사안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검토 및 승인을 거쳐 이루어진다.
B.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통해 주주활동의 대상이 되는 기업 선정 기준, 관여 방법 및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C. 재무적 수익과 광범위한 목표 간의 균형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은 재무적 수익 극대화라는 일차적 목표
D. '경영참여' 목적 공시 시 고려사항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공시할 경우, 보다 엄격한 공시 의무가 부과되며 특정 조건 하에서는 주식 추가 취득이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냉각기간(cooling-off period)'이 적용될 수 있다.
상세한 내부 가이드라인
'경영참여' 목적 공시와 관련된 '냉각기간' 및 거래 제한 규정
표 3: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프레임워크 (개시 요건 및 수단)
구분 | 주요 내용 |
---|---|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 선정 기준 (개시 요건 예시) | - 기업의 배당정책 관련 문제 (예: 과소배당 지속) <br> - 임원 보수한도의 적정성 문제 (예: 경영성과와 비연계, 과다 책정) <br> - 법령상 위반(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편취)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사안 <br> - 이사·감사위원 선임 안건 등에 대해 국민연금이 동일 사유로 2회 이상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개선 없는 경우 <br> - ESG 평가 등급이 크게 하락하여 특정 등급 이하가 된 경우 |
주주활동 수단 및 단계적 강화 | 1. 비공개 대화 및 서한 발송: 문제 해결을 위한 경영진과의 비공개적인 소통 우선. <br> 2. 공개서한 발송 및 공개적인 중점관리기업 지정: 비공개 대화로 개선이 없을 경우, 공개적인 방식으로 압박 수위 높임. <br> 3. 주주제안: 정관 변경, 이사 해임, 배당 확대 등 상법 및 자본시장법상 허용되는 주주제안 추진. <br> 4. 의결권 위임 권유: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총회에서 영향력 행사. <br> 5. 대표소송 등 법적 조치: 이사의 위법행위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음에도 회사가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주주대표소송 제기 검토. <br> 6. 보유목적 변경 ('경영참여'):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 |
이 표는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을 포함한 다양한 상황에서 어떠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관여하는지를 보여주며, 지분 매입과 같은 결정이 이러한 체계적인 프로세스의 일부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VI. 주요 역사적 사례 분석을 통한 국민연금의 접근 방식 조명
국민연금의 경영권 분쟁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 및 관여 방식은 사례별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는 각 분쟁의 성격, 국민연금의 기존 지분율, 시장 상황,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같은 제도적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A. 한진그룹 (한진칼, 대한항공)
- 분쟁/이슈의 성격: 한진그룹은 총수 일가의 경영 문제, 취약한 지배구조,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경영권 도전, 이사 자격 및 책임성 논란 등으로 장기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 국민연금의 조치:
- 국민연금은 이미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서 분쟁에 관여했다.
-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 한진칼에 대해서는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으며
, 이사의 자격(횡령·배임죄로 금고 이상 형 확정 시 이사직 즉시 상실 및 3년간 선임 제한)에 관한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 지속적인 비공개 대화 및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 이후 경영 상황 변화(분쟁 완화, 코로나19 영향 등)와 일부 개선 조치를 고려하여 한진칼에 대한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재변경하는 심의를 거쳐 결정했다.
-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2019년 2월 6.70%에서 2019년 4월 4.11%로 감소했다가 2022년 4월 4.15%로 소폭 변동하는 등 기간에 따라 변화를 보였으나
, 이러한 변동이 분쟁 상황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명시적인 '매수' 전략의 결과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 배경/시사점:
- 이 사례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에 따라 심각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기존 주요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이다.
- 투자 목적 변경은 적극적 관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 상황 변화에 따른 재평가를 포함하는 장기적인 관여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 분쟁을 이유로 새롭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대규모 지분을 '매입'했다기보다는, 기존의 상당한 지분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한 사례로 볼 수 있다.
B.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2015)
- 분쟁/이슈의 성격: 합병 비율이 삼성 총수 일가에 유리하게 산정되어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컸으며,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외부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 국민연금의 조치:
-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해당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 이 결정은 이후 부적절한 외부 압력의 결과였음이 드러나 관련 정부 관료 및 삼성 임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 국민연금은 이 합병으로 인해 최소 1,138억원에서 최대 1,658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 이후 국민연금은 손실 보전을 위해 삼성물산 및 이재용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배경/시사점:
- 이 사례는 국민연금의 운용 독립성 및 수탁자로서의 충실 의무가 심각하게 훼손된 경우를 보여준다. 외부 압력으로 인해 적절한 투자 판단이 이루어지지 못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다.
- 국민연금이 논쟁적인 기업 활동에 관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부정적 결과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특히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그 파장이 클 수 있음을 경고한다.
- 견고한 내부 통제와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및 이후의 제도 개선 노력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 이 경우는 분쟁으로 인해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 분쟁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이다.
C. 고려아연 및 SM엔터테인먼트
- 고려아연:
- 분쟁/이슈의 성격: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공개매수가 진행되었으며
, MBK파트너스가 관련된 분쟁도 있었다. - 국민연금의 조치: 공개매수 기간 중 보유 주식을 장내 매도하여 상당한 시세차익
을 실현했다. - 또한, 국민연금은 사모펀드(PEF) 출자 검토 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여 사실을 주시하며, 적대적 M&A를 통한 투자에는 국민연금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 분쟁/이슈의 성격: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공개매수가 진행되었으며
- SM엔터테인먼트:
- 분쟁/이슈의 성격: 하이브와 카카오 간의 경영권 인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 국민연금의 조치: 지분 경쟁으로 주가가 최고 수준에 이르자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매각하여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실현했다.
- 분쟁/이슈의 성격: 하이브와 카카오 간의 경영권 인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 배경/시사점 (두 사례 공통):
- 이들 사례는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분쟁으로 인한 주가 급등 및 유동성 증가는 국민연금에게 유리한 매도 조건을 제공했다.
- 이는 기금 수익률 극대화라는 핵심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이다.
- 국민연금이 항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 주주로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시장 상황을 활용한 차익 실현이 더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적극적 매수자'라는 단편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중요한 측면이다.
- 고려아연 사례에서 MBK파트너스에 대한 국민연금의 입장은
,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적대적인 M&A에 연루되거나 부정적 여론에 휩싸이는 것을 경계하는 위험 회피적 성향도 일부 드러낸다.
분석된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취하는 조치는 다양하다. 기존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하거나(한진칼), 논란의 중심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하며(삼성물산), 때로는 분쟁으로 인한 주가 상승을 이익 실현의 기회로 활용한다(고려아연, SM엔터테인먼트). 명시적으로 분쟁을 이유로 새롭게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지분을 '매입'한 사례는 다른 형태의 조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다. 이는 국민연금의 주식 '매수' 결정이 단순한 분쟁 개입 목적보다는 장기적 가치 평가, 포트폴리오 전략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삼성물산 합병 사례는 국민연금에 큰 교훈을 남겼으며, 이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독립성 확보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의 충격은 이후 다른 주요 분쟁 사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접근 방식, 특히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개입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관여하는 방식(예: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사례에서 보인 신중한 태도
표 4: 주요 경영권 분쟁 사례에서 국민연금의 조치 요약
회사명 | 분쟁 시기/주요 사건 연도 | 분쟁/이슈 성격 | 국민연금의 초기 입장/지분율 (분쟁 이전, 확인 시) | 주요 국민연금 조치 | 조치 배경/목표 | 결과/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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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한진칼, 대한항공) | 2019년~ | 총수 일가 경영 문제, 지배구조 취약, 행동주의 펀드 공격 | 주요 주주 (예: 한진칼 지분율 2019년 2월 6.70% | -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반대 | 스튜어드십 코드 기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보호 | - 조양호 회장 연임 부결에 영향 <br> - 주주제안은 부결되었으나, 장기적 관여 지속 <br> - 기업의 일부 개선 노력 유도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 2015년 | 불공정 합병 비율 논란, 외부 압력 | 삼성물산 주요 주주 |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 외부 압력에 의한 결정 (이후 법적 판단) | - 국민연금 막대한 손실 추정 |
고려아연 | 2023년~ (주요 매각 시점) | 경영권 분쟁, 공개매수 진행 | 주요 주주 (매각 전 7.49% | 공개매수 기간 중 보유 주식 대량 매도 | 주가 급등에 따른 이익 실현, 적대적 M&A 간접 관여 회피 | - 상당한 매매차익 실현 |
SM엔터테인먼트 | 2023년 | 하이브-카카오 간 경영권 인수 경쟁 | 주요 주주 | 주가 급등 시 보유 지분 절반 이상 매각 | 주가 급등에 따른 이익 실현 | - 1000억원 이상 매매차익 실현 |
이 표는 국민연금이 각기 다른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며, 이는 '주식 매수'라는 단일 행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시사한다.
VII. 결론: 진화하는 전략과 향후 전망
A.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국민연금 투자 결정의 주요 배경 요약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 대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주된 이유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볼 때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분쟁으로 인한 주가 변동성을 활용한 기회주의적 이익 실현이 중요한 동기 중 하나이다 (예: 고려아연, SM엔터테인먼트 사례). 둘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에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전략적 개입이 강조되고 있으나, 이는 주로 기존 주요 주주로서의 영향력을 활용하거나 투자 목적 변경을 통해 이루어지며, 분쟁을 이유로 새롭게 대규모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예: 한진칼 사례). 셋째, 이론적으로는 저평가된 기업의 가치 회복을 기대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매수도 가능하지만, 실제 사례로 뚜렷하게 확인된 경우는 제한적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정 상황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신규 지분을 '매입'하여 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경우는, 다른 형태의 관여(기존 지분 활용, 의결권 행사, 투자 목적 변경)나 기회주의적 매도에 비해 역사적으로 덜 일반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B. 스튜어드십 코드와 강화된 수탁자 책임 프레임워크의 영향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과 수탁자 책임 이행을 위한 내부 지침 강화는 국민연금이 투자 대상 기업, 특히 경영권 분쟁과 같이 지배구조 문제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기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관여하도록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C. 예상되는 추세 및 향후 전망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기금 수익률 극대화라는 최우선 과제와 함께, 대한민국 기업 사회의 주요한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균형 있게 수행하기 위해 관여 전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SG 요소에 대한 중요성이 점증함에 따라, 열악한 지배구조로 인해 경영권 분쟁 위험이 높은 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관여 활동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특히 국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기업에서 발생하는 경영권 분쟁의 경우, 순수한 재무적 목표와 광범위한 공공 또는 국가적 이익 고려 사이의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이며
국민연금의 전략은 과거의 반응적이거나 순수 재무 중심적 접근에서 벗어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보다 선제적이고 지배구조 중심적이며 절차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그러나 고려아연 및 SM엔터테인먼트 사례에서 보듯, 분쟁으로 인한 변동성을 활용한 실용적인 이익 추구 전략 역시 여전히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단일한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전환했다기보다는, 가용할 수 있는 수단과 고려해야 할 명분이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ESG 및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강화 추세와 맞물려, 국민연금의 막대한 시장 영향력을 고려할 때, 주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시장 안정자' 또는 '지배구조 표준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개입,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전략적 지분 매입까지도 고려하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동시에 더 큰 책임과 위험을 수반하는 결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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